병자호란, 정묘호란 두 번의?전쟁으로?조선을 박살낸?청나라는?드디어?명나라를?정복하기 위해?출병했다. 한데 군화발이 만리장성에 닿기도 전에?행운이 찾아든다.?조선이 탈탈 털리는 걸 보고 바짝 쫄은 명의 황제 숭정제가 주력부대를 만리장성에 집결시킨 사이, 이자성의 반란군이 북경으로 쳐들어왔다.?빈집털이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북경은?제대로?털렸다. 자금성은 함락되고 황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명나라는?이렇게?허무하게?스스로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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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를 상실한?명군이 문을 열어준 덕에?만리장성을 사뿐히 돌파한?청나라 군대는?여세를 몰아 북경까지 접수했다.?이제?명의 잔존세력이 버티고 있는 남쪽만?정리하면 바야흐로?근 200년간 지속될 대청(大淸)시대가 열릴 판이었다.?청의 팔기군은?조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친듯 말을 달려?파죽지세로 남하했고?양주에 이르렀다.?양주가 무너지면?남명(南明)의 수도?남경은?회전문처럼 열릴 것이고?구심점을 잃은 명의 잔존세력들이 와해될 것이란건 당연한?수순이었다.
?양주의 명장 사가법과?양주 수비대,?관민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총사령관 사가법을 중심으로?똘똘 뭉쳐?항전하자 청군은?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1645년 4월 25일, 대포의 집중공격으로 성벽이 무너진 틈을 이용해?독기오른 청의 병사들이 성안으로 쏟아져들어왔다.??그 후?양주성에선?중국 역사상?가장 끔찍한 참상중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이 벌어진다.?불과 10일만에 80만명이 목숨을 잃은 대량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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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구사일생으로?살아남은 생존자 왕수초는 자신이?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적어내려갔고 그렇게 남겨진?기록이 <양주십일>이다.?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기위해?원문을 번역해주신?맹물국수님의 완역본을?참고해?핵심적인 내용들만?발췌해보았다.?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두번이나 청군의 칼날 앞에 내몰렸던 조선의 백성들이 감당해야했던?참상 역시?양주의 관민들이 치러야했던 댓가와 크게?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내용이?극혐이라?비위좋은 분만 읽기를?권한다
성의 함락? 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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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는 적병이 이미 성으로 들어왔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큰 길로 나가자 사람들이 하는 말이 흉흉했다. 갑자기 흙먼지가 일면서 맨발에 머리가 산발이된 자들이 미친듯이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물었으나 숨이차고 다급해서 누구하나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말탄 병사 수십 기가 남쪽으로 달아나는데 마치 파도가 몰려가듯 급박한 형세였다. 그 중에 여러 병사들에 둘러싸인 한 사람이 바로 총사령관 사가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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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보자 적군이 성안으로 침입했다는 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벽위를 올려다보니 성을 수비하던 병사들이 죄다 투구와 갑옷, 병장기들을 내버리고 줄지어 성벽위에서 뛰어내려 달아났다. 다시 고개를 들어 성루를 보니 이미 텅텅 비어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성벽을 이탈해?민가로 숨어드는?수비군 병사들에게 주민들이 큰 소리로 꾸짖었지만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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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양주성의 모든 집들은 문들을 굳게 걸어잠그고 사람들은 찍소리도 내지 않았다. 당시 나는 큰형님과 아우, 형수와 조카들, 아내와 아들, 처제와 처남들과 함께?총 12명이 둘째형님 집에 숨어있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적군이 사람죽이는 소리가?문밖에 울려퍼졌다. 놀란 집안사람들은 불안해서 도저히 집안에 있지못하고 모두 지붕으로 피해 올라갔다. 집밖의?비명소리는 머리카락이 쭈뼛서도록 섬뜩했으며 두려움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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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곳곳에 불길이 일었다. 그 불길속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의 신음소리와 애처로운 비명들이 뒤섞여 그 처참함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붕위로 피신한?사람들은 모두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아침을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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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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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하나가 사람들을 쫒아 지붕위로 올라와서 우리들을 발견하고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놀라고 당황해서 모두 지붕에서 뛰어내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때 병사가 소리치기를 순순히 나오는 자는 살려주겠다고 하자 숨어있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뛰어나왔다. 대략 오륙십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중 절반이 부녀자였다. 우리도 사람들 무리에 섞여 그들을 따라갔다.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은 세명의 만주 병사였다. ?그들은 먼저 모든 사람들의 재물부터 빼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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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중 한 여인은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만주병이 발견하고는 아기를 빼앗아 진흙탕속으로 던져버렸다. 병사 하나가 칼을 들고 앞에서 인도하고, 병사 하나는 창을 들고 뒤에서 몰고 병사 하나는 중간에서?사람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사람들을 양떼처럼 몰았다. 조금이라도 주춤대면 바로 죽여버렸다. 여자들은 긴 밧줄에 목을 매어 줄줄이 구슬이 꿰어진 것처럼 끌려갔다. 거리엔 온통 버려진 아기들 천지였고 말굽에 밟히고 사람 발에 채였으며 팔다리가?포개진 시체가 쌓여 핏물이 개울처럼 흘렀다.
세 병사는 우리들을 어느 저택으로 몰아넣었는데?그 안에는 미모의 여자 몇과 다른 만주병사 몇명이 있었다. 그들은 끌려온?우리를 보고 크게 웃었다. 부녀자들과 남자를 분리해 각각 다른 방에 몰아넣었다. 우리에게서 빼앗은 재물을 보고 미모의 여인들이 아양을 떨면서 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칼을 빼앗아 그들을 베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못내 한스러운 지경이었다. 병사가 이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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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려를 정복할때 고려 부녀자 수만명을 포로로 잡았는데 몸을 내맡기는 자가 한명도 없었다. 어찌하여?중국이 수치심을 모르는게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이게 바로 너희들이 이런 난리를 겪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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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병사는 곧이어 모든 부녀자들의 옷을 벗겨 나체로 만들었다. 그들은 그중 몇명을 골라 좌우에 앉히고 술을 마시며 즐기니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안아?병사 하나가 갑자기 칼을 뽑아들더니 잡혀있던 남자들을 향해 앞으로 나오라 소리쳤다. 잡혀있던 남자들이 50명에 이르렀지만 칼든 병사의 호통에 놀라 모두들 밖으로 나가니 병사가 차례차례 죽였다. 사람들은 모두 차례대로 자기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는?몰래?집 뒤편으로 달아나 다른 집으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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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에는?만주 병사들이 끊임없이 오가니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하고 기둥을 잡고 지붕으로 올라가 서까래 위에 몸을 눕혔다. 밖에선 칼로 사람을 내리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사람들의 목소리중에 둘째 형님이 애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풀어주시오. 돈을 가져와서 드리겠소." 칼을 내려치는 소리가 한 번 들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눈물이 말라 흐르지않았고 충격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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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병사 하나가 여자를 끼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침대 위에서 여자를 강간하려했다. 여자는 처음엔 반항하였으나 병사의 힘에 못이겨 나중에는 굴복하고 말았다. 일이 끝난 후 이 둘이 밖으로 나가자 난 혼자 남겨졌다. 대들보를 따라 천천히 내려와 살금살금 거리로 나갔다. 길에는 시체가 포개진쳐 널려 있었고 성벽 아래에는 시체가 물고기 비늘만큼이나 빽빽이 쌓여 있었다. 길을 따라 달리면서 몇번을 시체에 걸려 넘어졌다. 넙죽 엎드려 손발로 기어가다 조그만 낌새라도 있으면 바로 땅바닥에 엎드려 죽은 사람 시늉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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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도처에서 불이 나고 있었는데 어젯밤의 갑절이었다. 근처 밭에 시체가 이리저리 포개져있는데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풀숲가며 시냇가며 그 참혹함이 듣기가 괴로울 지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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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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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인적이 드문 곳에 방치된 관에 숨어 마음을 좀 진정시키는데 사람 죽이는 소리가 바싹 들려왔다.?칼이 향하는 곳에는 처참한 비명소리가 어지러이 일어났고 이구동성 살려달라 비는 소리가 수십 혹은 수백이었다.
만주군 병사 하나를 만나면 명나라 사람들은 그 수가 많든 적든 하나같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땅에 엎드려, 목을 빼고 칼을 받는데 도망가는 자 한 사람이 없었다.?정오가 가까워지며 살인과 약탈은 더 심혀졌고 시체더미는 갈수록 많아졌다. 차마 듣기가 힘들고 보기가 괴로웠다.
아아 괴롭다. 고작 사흘 만에 둘째형님 부부와 조카, 그리고 아우를 잃었고?살아남은 자는 고작 나와 큰 형님 그리고 내 아내와 자식놈까지 넷에 불과하다. 절구에 쌀이 남아있나 뒤져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큰 형님과 서로 다리를 베고 허기를 참으며 아침에 이르렀다.?
성의 함락 4일째
갑자기 붉은 옷을 입은?소년이 긴 칼을 쥐고 곧장 나 있는 곳으로 와서는 큰소리를 나를 불러냈다. 내가 나가니 소년은 칼끝을 들이댔다. 돈을 바치니 이번에는 아내를 요구했다. 이때 아내는 임신 9개월이라 땅바닥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그에게 말하기를 "제 아내는 임신한지 몇 달이나 됐습니다. 어제는 지붕에서 떨어졌고 그때문에 뱃속의 아기가 잘못되어 앉기조차 불가능합니다. 어찌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붉은 옷을 입은 자는 믿지않고 아내의 옷을 들추어 배를 보고, 피가 묻은 바지를 보고는 더는 살피지 않고 가버렸다. 이 자가 노획한 사람은 부인 한 사람, 계집아기 한 사람, 어린애 한 사람이었는데 어린애가 엄마에게 먹을 것을 보챘다. 그러자 병사가 노해서 퍽 내지르니 아이의 머리가 터져 죽었다.
여기저기를 숨어다니다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내와 부인네들은 죄다 땔감더미위에서 바짝 엎드려 있었는데 피로 온몸을 칠하고 숯검정을 얼굴에 발라 귀신처럼 꾸미고 있어서 목소리로 겨우 사람을 분간할 수 있었다. 나는 부인네들에게 애걸하여 풀더미 밑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위를 부인네들이 우루루 누웠다. 숨이 막혔으나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고 아내가 준 대나무 대롱을 입에 물고 숨을 쉬어 간신히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풀더미 위의 부인네들은 하나같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성의 함락 5일째
25일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벌써 5일째다. 어쩌면 요행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성내 모든 사람들을 학살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기에 성안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성벽에 줄을 매달아 성을 탈출했다. 성을 탈출한 자들은 낮에는 잠복하고 밤에만 움직이며 도피했는데 성밖의 도적들이 탈출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약탈을 했다.
아내와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성을 탈출할 순 없었다. 아내는 임신한 까닭에 번번이 위험을 넘길 수 있었고 나 혼자만 풀숲 깊숙이 숨어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숨어있는 곳에 병사 몇이 왔고 약탈하러 나갔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돈을 주면 다들 받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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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흉악한 인상의 병사 하나가 왔는데 아내를 끌고가려했다. 아내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임신했다는 말을 하며 사정했다. 하지만 병사는 그 말을 듣지않고 억지로 아내를 일으키려했다. 아내가 반항하자 병사는 칼등으로 아내를 난타했다. 피가 옷에 뿌려지고 안밖이 푹 젖었다. 당시 나는 멀리 풀숲 속에서 마치 남의 일인양 보고있을 수밖에 없었고 아내가 곧 죽임을 당할 것이라 짐작했다. 병사는 아내를 죽이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아내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팔뚝에 몇 번 감더니 질질 끌고 갔다. 한참을 끌고가면서 아내를 몇번씩 가격했다. 그러다 말을 탄 병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더니 아내를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아내는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왔고 몸에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맹렬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곳엔 초가집이 여럿 있었는데 불이 붙자 금새 잿더미가 되었다. 집에 불이 붙자 그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왔지만 나오는 족족 화를 당하니 백에 하나도 예외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문을 걸어잠그고 스스로 타죽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집 하나 안에 얼마나 많은 인골이 쌓였는지 진정 알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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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곳도 없고, 피할 수도 없고, 피해도 일단 걸리면 돈이 없으면 죽고 돈이 있어도 죽으니 오직 방법은 죽은 시체들 틈에 섞여서 목숨을 운에 걸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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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소리에 가슴이 떨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큰 형님이었다. 형님은 저번에 내 아내를 끌고가다 중간에 버리고 간 그?자에게 붙들려 있었다. 큰 형님은 남은 은자가 한 덩이 밖에 없어 그 은자를 병사에게 주었지만 병사는 성내기를 그치지 않고 칼을 들어 형님을 내리쳤다. 형님이 땅바닥에 굴렀고 피가 흙모래를 적셨다. 병사는?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닦고서는 형님을 재차 내리쳤다. 옷가지며 패물이며 금붙이들을 모조리 빼앗아가면서 그 병사가 돌아보며 소리치기를?"널 죽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누군가 널 죽여줄 터이다."??
아내와 급히 나가 형님을 살폈다. 목 앞뒤 전부 칼을 맞았는데 1촌 남짓 들어갔다. 가슴은 더 심각해서 상처가 벌어져 오장육부가 보일 지경이었다. 형님을 부축해 집에 들어가 누이니 형님은 고통조차 못 느끼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였다. 형님을 눕혀놓구 우리 부부는 다시 아까 그곳으로 가 숨었다.
부근에는 널린 시체들 사이에서 죽은 척하고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홀연 시체들 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일 성내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몰살작전이 있을 터이니 싸그리 죽일 겁니다. 당신 아내는 버려두고 나와 함께 도망칩시다." 아내 역시 그러기를 강권했다. 하지만 큰 형님과 아내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얼마 후 부인네 네댓을 노획한 병사 몇이 보였는데 나이든 부인네 둘은 흑흑 울고있고 젊은 부인 둘은 희희낙락 태평스러웠다. 뒤이어 다른 병사 둘이 부인네들을 뺏으려들었다. 그리하여 병사들간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 화해하곤 끝이 났다. 병사 하나가 젊은 부인을 안고 나무 밑으로 가서 강간했고 나머지 두 부인네 역시 욕을 당했다. 수십?명에게?윤간을 당했고 그중에 젊은 부인 하나는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나는 이 여자가 초씨 집 며느리임을 알아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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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6일째
다음날은 엿새째였다. 공포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긴 하였지만 그래도 역시 살인을 멈추지는 안았으며 노략질역시 없지 안았다. 오히려 으슥한 외진 곳이 조금이나마 더 안전하지 부자들의 집은 모조리 털리고 그 자손들은 아이에서 노인네까지 강탈을 당해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이 날 만주병들에게 투항한 아군 병사들이 양주성에 들어왔고 그나마 남아있던 헝겊조각과 쌀 한톨까지 모조리 쓸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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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7일째
관부에서 각급 행정구역에 관리를 배치하였고 관리가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에게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관리들은 또 알리기를 승려들에게 쌓인 시체들을 불사르라 명했다.?시체를 불사를때 작성한 장부에 기재된 숫자를 뒤져보니 전부 합해 약 80만여명에 이르렀다.?이 숫자는 우물에 떨어져 죽거나 강에 빠져 죽거나 문을 잠그고 스스로 타죽거나 외진 곳에서 목매달아 죽은 자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성의 함락 8일째
양곡 창고를 열어 난민 구제에 나선다는 포고가 있었다. 나는 관청으로 가서 쌀을 받아왔다. 그 쌀은 양주성 총사령관 사가법이 비축해두었던 군량미였다. 하지만 쌀 수천석이 눈깜짝할 사이에 싹 없어졌다. 쌀을 받으러 오는 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엉망이고 팔이 잘렸거나 다리가 부러졌고 온몸에 칼자국이 있거나 핏물이 말라 엉겨붙어있었으며 옷은 누더기에 가까웠고 비린내와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쌀을 받다 서로 빼았는데 이때는 친척이고 친구고 동료고 상관없었다. 강한 자는 받고 갔다가 다시 와서 또 받아가고 약한 자는 온종일 한 되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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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9일째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도로에 쌓인 시체들이 빗물에 젖어 불기 시작했다. 시퍼런 살가죽은 북의 가죽처럼 되었으며 살점은 썩어들어갔다. 악취가 코를 찔렀고 햇빛이 비추자 냄새는 더욱 심혀졌다. 온통 시체를 불사르는 연기로 안개가 낀 듯했으며 비린내가 100리까지 이르렀다. 이곳 백만 생명이 하루아침에 횡사를 하니 설령 귀신이라도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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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함락 1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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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이 숨었던 사람들이 살그머니 나오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만날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다. 난리틈을 타 양식을 터는 자들이 수십 패거리는 되는듯 했다. 비록 창칼만 안들었지 공갈협박하고 재물을 빼았고 몽둥이로 사람들을 때려죽이곤 했다. 어쩌다 부녀자를 만나면 희롱하고 강탈하고 겁탈을 하니 이들이 청나라 군대인지 양주성 방어병인지 아니면 난민들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이날 큰 형님이 결국 죽었다. 성이 함락되고 10일만에 우리 가족은 고작 세 사람이 남았다. 여러 번 죽을 뻔도 했지만 죽지를 않았고 요행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 백만 천만 고뇌를 어이하리.?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총 10일, 그동안 직접 보고 겪은바를 그대로 붓가는 대로 적는다.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노니 스스로?성찰하지 아니하고 무턱대고 삶을 낭비하는 자, 이 글을 읽고 마땅히 두렵게 여겨 경계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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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청나라가?중국을 점령하던?시기에?남중국으로?향하는 관문인 양주성이 남아있었음?
2.사가법을 중심으로한 양주의 수비대는 끝까지 저항함
3.끝내 점령당하고 성주민 전체가 매우 잔인하게 몰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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