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_romantic Package series 02_사진에 백라이트설치_50×80cm_2008
초대일시_2008_1127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평일_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1: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바바_SPACEVAVA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4-1번지 포토피아5층 Tel. +82.2.745.1644 www.spacevava.net
외눈으로 세상보기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까?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가상의 세계? 아니면 누군가의 과거나 미래? 아니면 진짜 현실? 김정현의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세계는 모두 다 같은 얼굴을 하고 모두 다 같은 방식으로만 움직이는 레고의 세계처럼 보인다. 화면의 해상도를 아주 낮게 함으로써 화면은 모자이크가 되고, 모자이크가 되어버린 화면 속 인물들의 개성은 사라져버린다. 이렇게 모자이크로 변해버린 세계는 너와 나라는 구분이 없는 단지 있음만이 남아있는 세계다. 그저 우리가 있음이다. 분명 실사촬영을 하고 다만 그것의 해상도만 낮추었을 뿐인데 현실감은 전혀 없다. 작가의 말처럼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보일 뿐이다. ● 김정현은 작품을 통해 카메라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 작업 초기에는 카메라가 가지는 폭력성에 주목하였다. 카메라 앞의 모델은 끊임없는 카메라맨의 요구에 어떠한 의심도 없이 그대로 따르고, 카메라맨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모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카메라가 얼마나 폭력적인 매체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김정현_concert_단채널 비디?00:10:00_2008
김정현_park_단채널 비디오_00:10:00_2008
이때 작가는 카메라의 외부에서 카메라를 관찰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있다. 카메라를 매개로 형성되는 권력관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점차 카메라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잡아내는가로 옮겨간다. 우리가 보았으나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카메라의 또 다른 능력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외부의 관찰자적 시각에서 보면서도 점차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 이번 전시『조감도』에서 김정현은 카메라의 외부에 위치하지 않고 자신을 카메라 내부에 위치시킴으로써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카메라의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피사체를 촬영하기 때문에 피사체는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고 해상도의 조절 이외의 편집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화면으로 읽힌다. 김정현은 바라보는 대상과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객관적 시각을 얻으려 하고 있다. 수평과 수직이 강조되는 구도 또한 이러한 특성을 강화시킨다. 그런데 객관성을 담보해주는 망원렌즈의 사용은 해상도의 조작에 의해서 작품에 전혀 다른 특성을 부여한다. 즉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무너트리는 역할을 한다.
김정현_romantic Package series 05_사진에 백라이트설치_80×50cm_2008
사진이 더 이상 세계의 재현이 아닌 허구의 창조라는 것은 평범한 진리가 되었다. 그러나 김정현이 만들어낸 세계는 현재의 모습에서 구체성을 제거하여 추상화시킴으로써 만들어진 세계로 세계의 재현도 허구의 창조도 아닌 그 사이의 어디쯤 놓여있다. 어떠한 편집도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적 이미지를 재료로 하여 픽셀수를 조절하는 것으로서만 현실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면 우리가 멀리서 그 대상을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게 함으로써 흐름으로만 읽혀지게끔 한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어디쯤에 자리 잡은 그리고 흐름으로 읽혀지는 이미지는 놀랍게도 세상의 이치를 드러내주고 있다. ●『조감도』에서 카메라는 세상의 구체성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닌 세계의 권력구조를 재현하는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
김정현_romantic Package series 07_사진에 백라이트설치_50×80cm_2008
김정현_romantic Package series 10_사진에 백라이트설치_50×80cm_2008
김정현_romantic Package series 11_사진에 백라이트설치_50×80cm_2008
끊임없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반복의 반복으로만 읽히는데 누군가 지시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폭력성을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그들과의 똑같음 속에서 위안을 얻는 대한민국의 병적인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 김정현의 작품은 철저하게 기계적이다. 김정현이 카메라가 되어 인간의 두 눈이 아닌 카메라의 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눈으로 바라보자 권력의 구조가 잘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권력의 구조 아래에서도 욕망에 사로잡혀 몸서리치며 살고 있는 나와 너의 모습은 드러나 있지 않다. 김정현이 다시 두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때 그가 바라본 세계는 어떤 것일까? 김정현이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그 때를 기대해 본다.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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