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서 들여보내도록박영태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쉬게 해라 그리고 영숙이는 만날 수 없다고 전해 생각나면 꺼내보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전해라총재님침을 끌어모아 삼킨 박영태가 눈을 껌벅이며 한세웅을 바라보았다제가 어떻게그렇지한세웅이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차라리 죽여서 저쪽 밀림 속에 파묻어 버리는 것이 쉽겠구나애증의 감정은 없다 만일 있다면 저쪽이지 자꾸만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는 여자야 어쩔 수가 없다 어때박영태가 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에게서 머리를 돌린 한세웅이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해밀턴이 잠시 손을 떼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아빠 다 먹었어영숙이의 목소리에 둘은 똑같이 몸을 돌렸다 박영태가 서둘러 그녀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한세웅은 다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창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햇살이 잔잔한 수면 위에 부딪혀 유리가루를 뿌린 듯이 반짝이며 빛났다 창가의 의자에 앉은 김명화는 바다를 내려다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흰색 블라우스에 잿빛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호텔을 나올 때의 차림 그대로였다 아래쪽에서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려 왔고 아이들의 외침소리도 섞여 있었다방 안에서는 에어컨의 희미한 소음만이 들려 오고 있었다 김명화는 두어번 눈을 깜박였다 에어컨을 들여올 적에 소음이 전혀 없는 일본제를 구입할 것이냐 소음은 조금 있으나 강력한 독일제를 구입할 것이냐로 싱가폴에 있는 담동과 한세웅이 상의하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소음이 있는 것으로 해 강렬하기도 하지만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좋아한세웅은 그렇게 단숨에 결정을 내렸다 방 안은 서늘했고 앞쪽의 바다는 잔잔했다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던 요트는 어느덧 섬의 그늘에 가서 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으므로 김명화는 몸을 돌렸다 문이 열리더니 박영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깨를 잔뜩 편 자세였으나 시선은 이쪽의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부인 총재님께서는 급한 일이 생기셔서 만나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그는 쏘아붙이듯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영숙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재께서는 영숙이가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는 베이지색 바탕에 흙색 무늬가 있는 반팔 남방을 입고 있